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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시 8.15을 보다.

posted Aug 16, 2017

다시 8.15을 보다.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8.15은 특별한 날로 여겨진다. 한국 정부가 정부 수립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날이자 일본 제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특별한 날로 생각하지 않는다. 특별하게 여겨질 만 한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글을 보면서 불쾌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을 알려야하는 것은 자유주의자의 의무이기에 펜을 들어본다.

 

왜 8.15은 특별하지 않는가?

 

우리는 범죄자의 생일을 기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범죄자는 침해와 같은 반(反)—이성적인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를 지탄할망정 그의 생일을 기리는 정신 나간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성이 있는 인간이라면 이러한 생각은 상식으로 여길 것이다. 이 생각에 동의한다면 생각을 확장해보자. 만일, 여러분의 집에 강도가 들어와서 그가 미리 준비한 ‘문서’를 들고 여러분의 집 앞마당과 도로변을 포함한 집 전체를 자신의 소유이자 영역이라고 ‘선포’한다. 그리고 자신의 허가 없이는 집에 있는 그 어떤 것도 이용할 수 없으며 이용하려면 ‘돈’을 낼 것을 요구한다.

 

그들에 의해 소유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 되어있지만 ‘돈’을 지불해야만 부분적으로나마 자신의 소유권을 획득할 수 있다.(물론 화폐는 강도가 발행하거나 인정한 화폐만 써야한다.) 마지막으로 자릿세를 정기적으로 내야만 한다. 내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수입과 통장은 압류당할 것이며 강도가 만든 독방에 갇혀있어야만 한다. 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사실 이미 우리는 수 천 년 간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고 그럴 때마다 저항하기보다는 강도에게 순응해왔다. 순응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강도의 생일과 강도가 지정한 기념일을 기리면서 그를 숭배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강도는 무엇인가? 바로 정부(국가)다. 역사 통틀어 그들 스스로를 ‘정부’ 또는 ‘국가’라고 부르는 인간 집단들은 여러분들의 삶의 터전에 아무런 정당성 없이 자신의 지배 영역임을 ‘선포’하고 경찰과 국방 서비스, 교육, 법의 규정, 사법적 정책 결정, 화폐주조와 발권력, ‘공공영역에 있는 토지’, ‘도로와 간선도로’, 강, 해수면, 우편배달 수단에 대해 강제적인 독점권을 행사했다.1)

 

투표에 의해 수립된 민주주의 정부는 정당성이 있는가?

 

아마 필자의 주장에 한국정부의 수립과정에는 5.10 총선거가 있었으며 대부분의 한국인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정당성이 있으며 강도와는 다르다고—역사적 사실을 제시하며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정부의 정당성을 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오류만을 말해줄 뿐이다. 민주주의 정부 하에서의 투표 행위(혹은 투표 행위 그 자체)가 정부와 정부의 모든 활동과 권력을 진정으로 ‘자발적인’것으로 만든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가 타당하다면, 우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나치정부에 의해 살해된 어떤 유태인도 살해당한 것이 아니고, 단지 ‘자발적으로 집단 자살한 것’이라고 말해야한다. 그 외에 법 내용이 어떤 것이든 간에— (개인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상관없이 과반 혹은 대다수의 지지에 의해 통과된 모든 법들을 모두 정당하다고 말해야 한다. 이 전제는 과연 옳은 것인가?

 

우리의 이성은 정의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투표행위와 다수의 지지 그 자체는 자발적 동의를 확립하지 않으며 그 어떠한 정당성을 도출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위대한 자연권 수호자이자 헌법학자인 라이샌더 스푸너는 이 점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실 개인들의 경우, 그들의 실제로 투표권 행사하는 것을 당분간이라도 동의의 증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반대로, 그에게 결코 동의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개인은 그가 저항할 수 없는 정부에 포위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그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징집하고 그의 자연권들 중 많은 것의 행사를 중지시키며, 이를 어길 경우 무겁게 처벌한다. 그는 단지 투표제도를 직접 이용하기만 해도, 그는 다른 사람들을 지배해 이들의 횡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약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요컨대, 그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즉, 그가 투표제도를 이용한다면, 그는 지배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가 투표제도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그는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이 두 가지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자신을 방어할 때는 전자를 시도한다. 그의 경우는 전투를 피할 수 없게 된 사람의 경우와 비슷하다. 전투에서는 그가 다른 사람들을 죽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다. 전투에서는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상대편의 생명을 빼앗으려고 시도하기 때문에, 전투가 그 자신의 선택 사항 중 하나라고 추론할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의 유일한 자기보존 기회로 투표제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투표로—이것은 단지 총탄을 대신하는 것에 불과하다—싸울 때도 그 싸움을 그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추론 할 수 없다. 즉, 그가 자발적으로—다른 사람들의 자연권과의 내기로서—그 자신의 모든 자연권을 걸며 단지 수의 힘만으로 이것을 잃어버리거나 얻는다고 추론할 수 없다. 그렇기는커녕, 다른 사람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들어간 긴급한 경우에는 다른 자기방어 수단이 없기 때문에, 그가 하는 수 없이 자신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수단을 사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부의 지배를 받는 아주 비참한 사람들에게 투표권이 허용된다면, 그들은 의심할 바 없이 그것을 사용할 것이다. 그들이 그 투표권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가능성을 볼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깔아뭉개는 정부 자체가 그들이 자발적으로 세웠거나 동의한

정부였다는 것은 정당한 추론이 아닐 것이다.2)

 

 스푸너의 신랄한 비판은 전 세계 모든 정부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재차 언급했듯이 한국정부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5.10 총선거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동기로 선거에 참여했고, 그들이 모두 제헌 헌법에 강력히 동의했는지의 여부를 알기 어려우며, 도리어 강요와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투표가 진행되었다는 구체적인 증언들은 정부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3)

 

우리는 무엇을 기념해야하는가?

 

불편한 역사적 사실을 밝히자면 한국인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압제자들로부터 ‘자유’를 쟁취해본 적이 없다. 고대, 중세—근대에 이르기까지의 한반도 역사는 지배 권력의 주인만 바뀌었을 뿐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와 정치인에게 지배받는 이상한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의 지배로부터 일시적으로 벗어나는 날은 오직 선거 날 뿐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정부와 정치인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착각 속에서 정부에게 독점적 지위를 허용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만인의 자연권을 침해하도록 하는 것은 예사다.

 

우리가 진정으로 기념해야하는 날이 있다면, 정부의 수립일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정부에게 더 이상 화폐발행권과 조세권 같은 요상한 독점적 지위를 허용하지 않으며, 정부 권력의 철폐를 통해 우리의 자유와 자유 시장(Free Market)을 지켜내는 날만이 자유인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다.

 

 

 

1) 머레이 라스바드, <자유의 윤리>, 2016, p.196

2) 라이샌더 스푸너, <국가는 강도다>, 2015, p.126-127

3) 1948년 3월29일에서 4월9일은 유권자 등록기간이었다. 이때 전체 유권자의 79.7%인 약 780만명이 선거인 명부에 등록했다. 4월 말, 신문들은 "약 500명을 인터뷰한 결과 91%가 선거 등록을 강요당했다"고 보도했다. 4월28일, 유엔임시위원단은 투표자 등록 부정행위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지적했다. "(1)미곡배급통장을 발급하는 지방행정사무실에서 등록을 실시한 사실 (2)통장을 몰수하겠다고 위협해서 강제 등록 (3)경찰과 청년단체가 등록을 권유한 건 일종의 강제로 간주됨" 유엔임시위원단 위원장 야심 머기(시리아 대표)는 "(남한은) 경찰국가일 뿐만 아니라 선거 지지파들이 경찰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또 지방당국을 조정하여 완벽하게 선거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남한에서 자유선거를 치르기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김구도 "국민들은 경찰과 향토보위단의 억압적인 태도 하에 등록하고 투표를 강요당했다"고 했다. 선거 당일, 서울에선 수 천명의 경찰과 특임된 민간인이 미군 지원 하에 중요 도로와 교차로에 바리케이트를 쳤으며 각 골목 입구에는 경비대가 배치됐다. 민간 경비대원은 도끼자루, 야구배트, 곤봉을 휴대했다. 경찰은 카빈 소총으로 무장했다. 외신 기자들은 이 광경을 "계엄 하 도시 같다"고 했다. 부인들은 투표장으로 가면서 가만가만히 주위를 살피는 기색이었다. 야심 머기는 "투표소 둘레나 안에서 향보단원을 발견했다. 어떤 투표소엔 경찰이 투표소 안에 있었다. 어떤 투표소는 (투표의) 비밀이 결여됐다"고 했다. 참고: 강준만, 한국현대사산책-1940년대편2, 2004, 인물과사상, p.127-131

 

글: 전계운 자유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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